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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 리모컨 LED 고장 자가 수리기

요즘 웬만한 집에선 리모컨 서너 개 쯤은 사용하시죠? 저희 집도 거실, 안방, 부엌 등에 리모컨이 최소 대여섯 개는 굴러다니는데요.(여름에 선풍기 3대 꺼내면 그 만큼 또 늘어남;;;)


그 중에 두 개는 블루투스 방식이지만, 나머지는 여전히 구형(?) IR(적외선) 리모컨입니다. 즉, 리모콘 앞에 달린 적외선 LED에서 특정한 파장의 빛이 나오면, 그 빛을 수신기가 받아서 각종 전자 제품 제어를 하는 방식이고 워낙 오래된 기술이라 물리적으로 파손하지 않으면 수명도 꽤 오래 가는 편이죠.(집에서 쓰는 오디오용은 20년 넘게 쓸 정도...)


그런데 최근에 구입한 중국산 전자제품에 사용하는 IR리모컨은 아무런 물리적 충격을 가하지 않았는데도 한 달여 만에 고장이 나버리네요. 헐~~ 역시 중국산의 내구성이란....


중국회사라 A/S를 받기도 힘들고, 동일한 모델의 리모콘을 새로 구입하는 것도 불가능하여, 한번 자가 수리에 도전해보기로 했습니다. 특정 부품에 이상이 있으면 그 부품만 교체하면 되니까요.


적외선 리모컨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테스트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한데요. 버튼을 눌렀을 때 리모컨의 적외선 LED에서 빛이 제대로 나오나 확인하는 게 우선입니다. 


요즘은 보통 940nm(나노미터) 파장의 LED를 많이 사용하는데, 이 빛은 사람의 눈으로는 볼 수 없지만 스마트폰 카메라로 손쉽게 포착이 가능하죠. 그래서 휴대폰 카메라 앱을 켜고 LED가 보이도록 한 다음, 리모콘 버튼을 누르면 아래 사진처럼 투명한 LED 부위가 보랏빛으로 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반면에 예전에 많이 쓰이던 700~800nm대의 LED는 작동시 빨간 빛이 눈으로 보임)



그런데 제 리모컨은 버튼을 눌렀을 때 아래처럼 좌측 상단의 빨간색 표시등은 켜지지만, 적외선LED는 아무런 반응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이 940nm led가 고장났음을 직감하고 바로 부품 수급에 나섰습니다.



당연히 마트나 다이소, 철물점 등 주변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서 인터넷으로 알아보니 개당 단가가 200~300원 정도인데 배송비가 2500원이라서 배보다 배꼽이 10배는 큰 상황...



이럴 때 항상 알아보는 쇼핑몰이 바로 알리익스프레스! 급하지 않은 물건이라 넉넉 잡아 한 달은 여유를 둔다 생각하고 개당 200원 정도하는 (직경)3mm (파장)940nm 짜리 led 5개를 바로 주문했습니다.(1개만 필요했으나 불량/실수/여분을 감안)


배송비는 1000원 정도이고 배송방법은 알리에서 흔히 쓰이는 "Cainiao Super Economy for Special Goods"였는데, "Cainiao Super Economy Global"와 마찬가지로 국내 트래킹은 안 되지만, 주문 후 20일 정도 후에 우편함으로 도착하는 건 동일하네요.(아래는 오늘 무사히 도착한 녀석들)



고장난 IR 리모컨을 분해해서 적외선led 부품만 비교를 해봤는데 크기, 모양, 다리 길이가 거의 비슷해서 대체가 가능하겠네요. 그래서 바로 교체 작업에 들어갑니다.



보통 전자 부품을 PCB기판에서 떼낼 때, 인두기의 고열로 다른 멀쩡한 부품이 망가지거나 무리하게 부품을 뜯다가 PCB상의 패턴이 떨어져서 난감한 경우가 생기죠. 그래서 처음엔 기존 led의 다리를 절반 정도 잘라서 새 led의 다리와 납으로 연결할까도 싶었지만 내구성 면에서 문제가 생길 것 같아서 그냥 FM(?)대로 인두기와 납 흡입기로 고장난 led를 모두 제거하기로 했습니다.



회로가 간단하고 정밀한 부품도 별로 없는 기판이라 인두기와 납흡입기로 두어 번 지지고 흡입하고 했더니 비교적 깔끔하게 제거가 됐네요.



고장난 부품을 제거한 자리에 새 led를 극성에 맞게(LED는 긴 다리가 +극; Anode) 꽂은 다음에 다시 납땜을 해주니 깔끔하게 정상 작동을 하네요.(이 페이지 제일 첫째 사진이 수리를 완료한 다음에 촬영한 테스트 사진^^)


적잖은 세월을 리모컨과 함께 살았지만 이렇게 적외선led가 고장난 적이 처음이라 무척 황당했지만 이렇게라도 고쳐서 쓸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