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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 세 마리"라는 동요는 들을 때마다 불편합니다.

아직 말도 제대로 못 하는 우리 딸내미가 요즘 가장 즐겨 부르는(?) 동요 중 하나가 바로 「곰 세 마리」라는 동요입니다. 이 동요는 짧고 단순해서 그런지 갓 말을 배우기 시작하는 유아들도 쉽게 따라부르는 대표적인 곡입니다. 80~90년대까지는 못 들어봤는데, 2000년대 들어서는 거의 모든 아이들이 반드시 떼고(?) 가야하는 필수 동요가 되다시피 했습니다.

 

하지만 이 동요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습니다.(작자 미상이라 직접 누구를 지목해서 비판하지 않아도 되는 지라 허심탄회하게 비판해보겠습니다.) 이 동요를 배울 시기의 유아들은 모든 언어를 스폰지가 물을 먹듯이 아주 자연스럽고 깊이 받아들입니다. 즉 이 시기에 배운 말은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거의 평생을 간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무엇보다 바른 말을 써서 만들어야 할 동요에, 그것도 아주 짧은 동요에 맞춤법 틀린 곳이 두 군 데나 있으니 아이랑 같이 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불편하기 그지 없습니다.

 

그럼 아래 가사를 보시고 여러분의 맞춤법 실력도 한번 테스트 해보시기 바랍니다. 만약에 틀린 두 곳을 발견 못 하신다면 여러분도 아기 낳아서 키우기 전에 맞춤법 공부 다시 하셔야합니다. 1분의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자, 어디가 틀렸는 지 보이시나요? 두 곳 중에 한 곳만 발견하셔도 그럭저럭 우리말 실력이 보통은 된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럼 틀린 곳을 말씀드리면,

 

1. 애기(X) → 아기

2. 너무(X) → 아주, 매우, 정말 등

 

저 곡이 특정한 사람이 작사 작곡한 곡이 아니라 그냥 여러 사람에 의해서 구전되다가 기록된 곡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우리가 흔히 틀리는 맞춤법을 보란듯이 틀려주셨네요.

 

먼저, 「애기」는 "아기"를 잘못 쓰는 말로서, 주로 수도권 지역 사람들이 흔히 틀리게 쓰던 말인데 이젠 대중매체에 의해서 전국민이 그렇게 잘못 쓰게 된 말 중 하나입니다. 다른 예로, "만들다"를 "맨들다"로 쓰는 배우를 드라마 등에서도 흔히 볼 수 있죠? 그리고 「너무」가 왜 틀렸는 지는 제가 여기("너무 좋다"는 말이 무슨 뜻일까?)에 자세히 써놨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어릴 때 배운 사소한 말이라도 평생 영향을 끼칠 때가 많습니다. 특히 동요처럼 언어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노래는 어른들이 나서서 잘못된 가사를 바로 고쳐야하는데 그런 노력이 안 보이는 것같아서 참 씁쓸합니다. 한글날을 만들어서 공휴일로 정해놓고 쉰다고 한글이 살아나는 게 아니고 생활 속에서 잘못 쓰이는 말 하나하나를 신경 써서 고쳐쓰는 노력이 바로 한글을 정말로 사랑하는 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