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성인이면 누구나 신용카드 3~4개 정도는 기본적으로 소지하고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결제 수단 중 신용카드 비중은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2000년 무렵부터 시작된 신용카드 연말 정산 혜택과 홈쇼핑·인터넷 쇼핑의 발달, 신용카드사들의 무분별한 신용카드 발급도 그 주요한 원인이 아닐까요? 그러고 보니 저도 "신용이 없던" 대학생 때부터 신용카드를 발급 받아서 사용하고 있었으니, "신용"카드란 말이 좀 무색해지네요.^^;;
어쨌거나 우리가 신용카드 가맹점 등에서 신용카드 결제를 한 후에는 반드시 신용카드 매출 전표(영수증)를 받아오게 마련입니다. 나중에 혹시 있을 지 모르는 분쟁이나 환불 등의 증빙 자료로 사용하기 위해서인데요. 과거에는 이 신용카드 영수증에 신용카드 번호 16자리와 카드 유효기간이 전부 노출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보통 카드번호와 유효기간만으로 결제가 가능한 신용카드 가맹점(예. TV홈쇼핑)에서 악용하는 사례가 꽤 많았죠.
신용카드 전표가 그런식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2008년부터 카드업계와 여신금융협회에서는 카드번호 16자리 중에서 세 번째 구간(9~12번째 숫자)을 별표(*) 등으로 가리도록 권고했지만, 이렇게 가려지는 자리가 신용카드 결제 단말기마다 달라서 카드 영수증 몇 개만 모으면 카드번호 16자리뿐 아니라 유효기간까지 모두 알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한참 늦은 조치이긴 하지만, 금융감독원도 최근에 카드 결제 단말기 전수 조사를 통해서 신용카드 번호 보호 규정을 어긴 영세 단말기 업체에 대해 긴급 시정 조치를 내리고, 신한카드, 국민카드, 삼성카드 등 카드사와 카드 결제 단말기 업체를 대상으로 규정 준수 여부를 상시 감시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오늘, 제가 보관하던 신용카드 영수증을 정리하다보니 여전히 위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 가맹점이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습니다. 아래 전표 사진을 보시면 금감원의 시정 조치가 내려진 이후인 2014년 1월 14일에 결제한 카드 영수증에 도 여전히 세 번째 구간이 아니라 네 번째 구간에 별표가 표시돼 있음을 알 수 있죠. 만약에 이 영수증과 제대로 규정을 지킨 영수증을 같은 장소에 버렸다면 제 카드번호가 누군가에게 그대로 노출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카드 유효기간은 TV홈쇼핑 등을 통해서 몇번 시행착오(?)를 거치다 보면 의외로 쉽게 알아낼 수도 있으니 여전히 보안상 허점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저처럼 카드 전표를 모았다가 한꺼번에 버리는 분들은 카드 전표를 그대로 버리지 마시고 반드시 카드번호가 표시된 자리를 잘게 찢어서 버리는 것이 혹시나 모를 카드 번호 유출에 대비하는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금감원이 카드사와 단말기 업체를 상시 감시한다고 하지만, 여전히 영세한 업체의 신용카드 단말기를 쓰는 가맹점에서는 저렇게 규정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만큼, 당국에서도 신고 포상제 등을 통해서 좀 더 강력하게 단속하려는 의지가 필요해 보입니다. 특히나 최근 카드 고객정보 유출 사건을 통해서 개인정보보호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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