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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이 나타난 테이퍼링(tapering)이란?

필자의 취미(?)가 뉴스 기사(주로 경제, IT 등)를 읽는 것이지만, 뉴스를 보다보면 어느 순간 기자들이 평생 처음 듣는 영어 단어를 그대로 한글로 음역해서 쓰기 시작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기자의 우리말 실력 없음을 속으로 비판하면서 대충 뜻을 유추하고 넘어가지만, 그 이후 그 생소한 용어가 대부분의 기자에 의해서 반복적으로 쓰이기 시작하면 이제는 궁금증이 폭발해서 그 단어의 정확한 의미를 찾아보지 않고는 못 견디게 되는데요.(기사 이해를 방해하기때문이죠.)

 

최근 그렇게 갑자기 튀어나온 단어 중 하나가 바로 「테이퍼링」입니다. 미국이 양적완화를 축소한다는 기사에 집중적으로 나오는 것을 보면 돈과 관련된 말 같은데 그냥 유추하기엔 영 와닿지가 않습니다. "테이프"랑 무슨 관계가 있나...??

 

 

테이퍼링(tapering)의 사전상 의미?

「taper」를 옥스퍼드 영한사전에서 찾아보면, "(폭이) 점점 가늘어지다[가늘게 만들다]"라는 의미입니다. 간단해 보이는 단어이지만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이는 말 같지는 않습니다. 근데 이 말이 왜 갑자기 경제 관련 기사에서 폭증할까요? 폭이 가늘어지는 것과 경제가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누가 쓰면서 유명해졌나?

테이퍼링이라는 말을 이렇게 한국에까지 유행하게 만든 사람은 다름 아닌 위 사진의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ed) 의장라고 하네요. 미국의 연방준비은행은 한국은행과 비슷한 기능을 하는 미국의 중앙은행 격인데요. 한국은행과 달리 국영기관이 아닌 민간기관입니다. 참 이상하죠?(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화폐전쟁"이란 책을 참고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연방준비제도 이사회는 미국 달러를 발권하거나 미국의 국채를 매입하는 등 미국의 경제권을 실질적으로 쥐고 있는 가장 힘 있는 기관이라고 할 수 있죠.

 

 

테이퍼링이 자주 쓰이는 이유는?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에 미국의 경기가 급격히 위축되고 실업자가 늘어나는 등 시중에 달러가 부족해지면서, Fed가 취한 조치가 바로 양적완화, 즉 미국의 국채를 매입하거나 이자율을 낮추는 등의 방법으로 시중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돈을 푸는 것이었는데요. 그 덕인지 최근에 미국 경제가 살아나고 실업률 등이 안정화하면서, 오히려 풍부한 유동성으로 인해 인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되자, 앞으로는 양적완화 정책을 점점 축소하기로 결정을 합니다. 이렇게 Fed 의장인 버냉키 할배가 양적완화 축소를 언급하면서 사용한 용어가 바로 테이퍼링인데요. 이렇게 시중에 풀리는 통화를 점점 축소하는 것을 "폭이 점점 줄어든다"는 말로 비유했던 것이죠.

 

하지만 테이퍼링은 엄연히 영어를 그대로 한글로 옮겨적은 것일 뿐,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그 뜻을 바로 알 수 없는 외국어일 뿐이죠. 따라서 굳이 그런 말을 그대로 옮겨쓰기보다는 "양적완화 축소" 정도로 풀어서 표현한다면 굳이 저처럼 생소한 영어 단어를 찾아봐야할 수고는 안 해도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