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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론 창조론 고민 중에 읽은 책-과학 신 앞에 서다!

가톨릭이나 개신교 신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 본 주제가 바로 진화론 vs 창조론 문제입니다. 성서의 창세기에서는 분명히 세상은 신이 6일만에 창조했다고 나오지만, 학교에서 배운 교과서엔 우주는 (주류 학설인) 빅뱅으로 탄생했고 인간은 유기물에서 출발하여 수십억 년 동안 진화한 존재라고 나오니 두 내용 사이에 어느 것을 받아들여야 할 지 혼란스럽기 그지없습니다.

 

기독교인 앞에는 이런 혼란 사이에 보통 두 가지 선택지가 존재합니다. 하나는 오직 신앙(?)의 힘으로 이러한 진화론을 완전히 무시하고 살거나(이 경우 대체로 창조론을 받아들입니다), 아니면 진화론을 인간을 만든 신의 섭리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빅뱅은 최초 주창 당시에는 오히려 성서 논리를 뒷받침한다고 해서 반대하는 학자가 더 많았다네요;;;)

 

우리나라 기독교인 중에는 대체로 전자의 분위기가 아주 강한 편입니다. 특히 개신교에서는 창조과학회 등을 앞세워 구약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소위 "축자영감설"을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하기때문에 더더욱 그렇습니다. 과거 개신교가 한국에 처음 들어올 때부터 미국 영향을 많이 받아서 그렇지 않나 추측해봅니다.

 

어쨌거나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진화론을 기본 전제로 깔고 우주나 인간의 기원을 밝혀내기 위해 지금도 전세계에서 열심히 연구하고 있죠. 나사(NASA)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도 이러한 목적으로 끊임없이 우주선이나 우주망원경 등을 하늘로 쏘아올립니다.

 

 

하지만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과학과 신앙, 또는 진화론과 창조론 사이에 균형 잡힌 시각을 전달해주는 책이 드문 편입니다. 물론 개신교계 창조과학회에서 출판한 책이 많이 있지만, 과학계에서는 창조론 자체를 "편협한 근본주의"로 매도해버리는 경우가 많기때문에 독실한 신앙인(?)이 아닌 사람에게는 여전히 큰 도움이 되지 못 합니다.

 

하지만 지금 소개하는 책은 진화론과 창조론 사이에서 고민하는 이들에게 어느 정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이렇게 글을 남겨봅니다. 바로 『과학, 신 앞에 서다-진화에서 외계인까지』라는 제목의 책인데요.

 

이 책의 저자는 영국에서 에너지 핵물리학을 연구한 과학자인 "러셀 스태나드(Russel Stannard)"입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물릭학자로서 지금껏 보았거나 연구해온 과학적 결과와 성서에서 말하는 신의 섭리나 창조, 각종 기적 등 종교적 믿음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지 나름대로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해가면서 기술하고 있습니다.

 

아래는 이 책의 목차(chapter)인데요. 각 장의 제목을 보시면 기독교인이 진화론과 창조론 사이에서 고민하는 내용들이 대부분 언급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필자는 가볍게(?) 읽어보려고 이 책을 선택했지만, 저자가 물리학자라서 그런지 꽤 많은 내용이 어느 정도 과학적 배경지식을 필요로 할 때 자연스럽게 읽히는 부분이 많습니다. 즉 "난 과학에는 전혀 문외한이예요."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겐 다소 어렵게 다가올 수 있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보통 과학과 신앙 사이에서 고민하는 사람들은 과학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기때문에(과학에 관심 없는 사람은 대개 이런 고민조차 안 합니다. 오직 믿음!) 이해에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봅니다. 단, 소설처럼 일사천리로 읽어내려갈 만한 가벼운 내용은 절대 아니라는 사실! 읽으면서 하나하나 곱씹으면서 독자들도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해야합니다.

 

1장 진화와 창세기 : 아담의 후손인가 미생물의 후손인가

2장 지적 설계 : 신이 시계공이라고?

3장 도덕의식의 근원 : 내 등을 긁어 주렴. 그러면 난 네 등을 긁어 줄게

4장 창조 : 갈릴레오 스캔들과 빅뱅

5장 인류 원리 : 우리를 지금, 여기에 있게 한 아슬아슬한 과정들

6장 외계인 찾기 : 외계인은 신을 알까?

7장 심리학이 우리에게 알려 주는 것들 : 자유 의지를 수호하라

8장 기적을 요구하는 세대 : 기적을 보여 주세요

9장 네 개의 모델 : 과학인가 신앙인가

 

▼ 「종의 기원」을 쓴 찰스 다윈(Charles R. Darwin, 1809~1882)

 

저자는 과학자로서 각각 빅뱅과 진화를 통한 우주와 인간의 기원을 바탕으로 내용을 전개합니다. 이러한 "과학적" 결과물을 "신앙적"으로 어떻게 해석해야하는 지를 진지하게 고민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그러면서 과학과 신앙은 하나의 사실을 해석하는 두 가지 관점일 뿐이지 절대 서로 배치되는 요소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다만 저자의 이러한 태도 또한 하나의 관점일 뿐이지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는 없는 만큼 저자의 태도를 받아들일 것이냐는 독자가 알아서 판단할 문제죠. 그리고 기존의 "축자영감주의"와 "창조론"을 신봉하던 개신교인들에게는 다소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도 많을 것입니다. 물론 그런 저자의 견해가 자신의 신앙에 긍정적인, 혹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냐 하는 것도 개인마다 다르겠죠.

 

진화론과 창조론 사이의 간극은 소위 "과학시대"를 살아가는 현대 기독교인들에게는 한번쯤 고민해보아야 할 문제인 만큼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나름대로 정리하고 저자가 과학과 신앙을 조화롭게 바라보는 태도를 이해한다면 이 책을 읽는 목적은 충분히 달성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다만 필자는 아직 정리가 안 됐다는 게 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