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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다 틀리다, 분명히 구분해서 써야하는 말

다르다 vs 틀리다 : 이제는 구분해서 쓰자!

 

한국인 중에는 다르다와 틀리다를 구분 못 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습니다.(물론 부끄럽지만 저도 몇년 전까지 그랬다는 사실을 밝힙니다.;;;) 즉 "다르다"라고 써야할 곳에 "틀리다"를 쓰는 분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반대로 "틀리다"라고 써야할 곳에 "다르다"라고 쓰는 분들은 거의 없죠.

 

가령 방송을 보다보면 종이접기를 가르치는 강사가 "이 종이는 저 종이와 색깔이 틀리죠?"라고 하거나 대학교수가 "사회적인 인프라가 갖춰져 있느냐 갖춰져 있지 않느냐에 따라서 혹한이라든가 폭염을 견딜 수 있는 그 정도와 강도가 틀리다"라고 합니다.

 

위 말을 보고 아무런 이상한 점을 못 느끼신다면 여러분도 평소에 "틀리다"는 말을 잘못 쓰고 계시거나 이미 국민들 사이에 오용이 만연돼 있어서 무감각하다는 의미겠죠. 이미 배운만큼 배운 분들도 일부러 고치려고 노력하지 않는 이상 평소에 잘못 쓰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본인도 그렇고 주변 사람들도 반드시 구분해서 쓰기를 권장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럼 지금부터 이 두 말의 의미를 정확히 알아보고 이 말을 구분해서 사용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도 나름 추론해보겠습니다.

 

 

사실 다르다와 틀리다의 의미를 알아본다는 자체가 참 불필요할 정도로 아주 초보적인 단어입니다. 그래도 둘 사이를 구분 못 하는 분들이 '너무나 많이' 계시니 어쩔 수 없네요. ㅎ

 

네이버 국어사전(국립국어원 제공)을 찾아보면 우선 두 말의 의미를 아래와 같이 풀이하고 있습니다.

 

다르다는 형용사로서 두 대상이 같지 않거나 하나가 나머지에 비해 두드러지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틀리다는 동사로서 셈이나 사실 따위가 그릇되거나 마음/행동이 비뚤어졌다는 의미로 많이 쓰입니다.

 

 

두 말의 품사도 다르지만 분명히 "틀리다"는 영어로 wrong(잘못된)의 의미만 있을 뿐 different(다른)의 의미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습니다. 그리고 친절하게도 "틀리다"의 뜻풀이 마지막에는 「'다르다'의 잘못」이라는 설명도 달아놓았네요.

 

 

그런데 왜 이 두 말을 분명히 구별해서 쓰는 게 좋을까요? 

 

가령 "나는 너와 틀려" 이런 말을 주변에서 흔히 듣는데요. 원래는 "나는 너와 달라"라고 표현해야하는데 "틀려"라고 표현함으로써 무의식 중에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라는 말로 각인시키는 심리적 효과가 있다고 봅니다.

 

아마도 한국에서 정치적 사회적으로 점점 갈등의 골이 깊어져가는 이유 중에 하나도 "다르다"를 "틀리다"로 표현함으로써 은연 중에 자신이 상대방과 다른점을 넘어 더 우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잘못된 습관이 팽배해졌기때문이 아닐까요?

 

언어는 물이 스폰지에 서서히 스며들 듯이  알게 모르게 사람의 사고에 깊이 스며들어 그 사람의 사고를 지배하는 무서운 영향력을 발휘하는 도구라는 사실을 되새겨볼 때 이런 추론이 단순한 기우는 아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