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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너무 믿지말자 : 「불량 제약회사」를 읽고...

20세기 들어 과학 문명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인간의 수명이 과거에 비해 꽤 늘었습니다. 충분한 영양섭취, 위생상태 개선 등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 의학 기술의 발전도 인간 수명 연장에 큰 몫을 했다고 봅니다.

 

지금은 몇몇 심각한 불치병을 제외하고는 웬만큼 가벼운 질환으로 "바로" 죽는 경우는 아주 드문데, 여러가지 항생제를 비롯한 신약의 발전이 이를 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하지만 1년 매출이 500조 원(2004년 기준)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의 제약 시장에서 판매되고 소비되는 약들이 전부 인간에게 유익한 영향을 주지는 않습니다.

 

물론 모든 약에는(심지어 모든 음식에도) 어느 정도 부작용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러한 부작용들이 제약회사에 의해서 (임상시험 결과를 숨김으로써) 철저히 가려지면서 약을 처방하는 의사나 그 약을 먹는 환자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 제약 시장의 어두운 단면이기도 합니다.

 

최근에 읽은 500페이지 분량의 "불량 제약회사"(공존, 벤 골드에이커 지음, 안형식·권민 옮김)라는 책은 어떻게 제약회사가 의사, 환자, 의과대학, (식약청) 공무원 등을 속이며, 때로는 이들과 일종의 뒷거래(?)를 통해 이익을 극대화하는 지 아주 자세하게 다룹니다.

 

 

이 책의 저자인 벤 골드에이커(Ben Goldacre)는 옥스퍼드 의대 출신의 의사이자 과학 칼럼니스트/저술가로서 왕성한 활동을 하는 인물로서 영국에서는 꽤 알려진 분 같습니다.(근데 프로필 사진이 좀 익살스러워서 코미디언 같은... ㅋㅋ)

 

이 책을 읽으면서 코크란연합이라는 단체나, 근거중심의학이라는 용어도 새롭게 알게 됐는데, 뉴스 기사를 찾아보면 2년여 전에는 코크란연합에서 신종플루 약인 "타미플루"의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기사도 나옵니다. 물론 이 책에도 그런 내용이 있고요.

 

옮긴이의 말을 잠깐 빌려 이 책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이 책은 제약회사의 잘못, 특히 제약회사가 어떻게 의사와 환자를 오도하는지 파헤치는 책입니다. 즉 제약회사가 임상시험 과정에서 약효를 어떤 식으로 과장하며, 이런 일들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일상적으로 일어나는지 이야기 합니다. 그래서 의사와 환자들은 그다지 좋지 않은 약의 효과를 좋다고 믿게 된다고 말합니다.

 

특히 객관적으로 실시해야할 임상시험을 제약회사 입맛에 맞게 요리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인데요. 상당수의 임상시험은 약효가 있을 법한 사람들을 선별해서 실시하고, 약효가 좋게 나온 (제약회사에) 유리한 결과만 학술지에 발표함으로써 의도적으로 약의 효과를 왜곡/과장한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우리가 낭비하는 돈이나 나빠지는 건강은 실로 막대한 수준이 되겠죠. 인간을 건강하게 살게 하려고 만든 신약이 오히려 장사치들의 배만 불리고 건강에는 해가 되는 사례가 부지기수로 나옵니다.(단순히 "극히" 일부의 사례가 아닙니다.)

 

이 책을 읽고나면 책 표지에 나온 타임紙의 서평이 정말 의미심장하게 들립니다. "처방 받은 약이 있다면 이 책을 읽기 전에 먹어야 할 것이다. 읽고 나면 먹고 싶지 않을테니까."

 

제가 이 책을 읽고 느낀 점은 딱 한 가지! "약에 의존하지 말고 가급적 좋은 음식과 꾸준한 운동으로 건강을 지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