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에 우리 아파트 게시판에 이런 안내문이 붙었습니다. 서울시에서 내놓은 쓰레기 분리수거 안내문이었는데요. '지금까지 종이와 비닐을 수십 년 이상 분리수거 잘 해왔는데 또 무슨 새로운 정책일까?'하면서 읽어보았습니다.
딱 눈에 띄는 문구가 '종이나 비닐'이 쓰레기 봉투에 들어있으면 '과태료 대상'이 된다는 것이었죠. 지금까지 비닐은 거의 '철저하게' 분리해서 배출했으니 별 문제가 없는데, 종이가 들어있으면 안 된다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우리집 쓰레기 봉투에 들어가는 쓰레기의 반 이상은 종이였지요!!! 헉~
바로 방 바닥 / 식탁 / 책상 등 집안 여기저기를 우리는 알콜을 묻힌 화장지로 자주 닦았고, 밥 먹으면서 입가도 닦고, 아이 콧물을 닦는데도 자주 썼죠. 그런데 그런 '지저분한' 휴지까지 분리수거하라고? '이건 위기이자 기회(?)야' 라는 생각이 순간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쓰레기통에 그냥 버리던 휴지를 따로 모아야하니 귀차니즘의 위기요, 우리집 쓰레기량이 반 이상 줄어들 걸 생각하면 비용 절감의 기회였습니다. 그런데 '이곳저곳을 닦은 지저분한 휴지를 재활용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이게 꽤 문제가 됐던 모양입니다.
서울시가 3월부터 분리수거를 강화하겠다고 이런 전단지를 서울시내에 40만 장이나 배포했는데, 여기서 많은 오해가 발생한 겁니다. 즉 코 푼 휴지나 여성용품 등 지저분해진 종이까지 재활용하라는 말이냐면서 '탁상행정'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이렇게 논란이 일자 서울시 자원순환과장이 부랴부랴 트위터에 해명 트윗을 띄웠는데요.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논란이 일었던 지저분한 휴지나 여성용품 등은 기존대로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버리라고 합니다. 그러면 왜 굳이 저 전단에는 '사용한 휴지'라는 말을 넣었을까요? 사용한 휴지란 대부분 지저분할텐데 말이죠.
그리고 이번 홍보물의 취지는 최대한 재활용하자는 의미라고 해명합니다. 어차피 우리집은 비닐 달린 우편봉투까지도 비닐과 종이를 철저하게 분리배출 해왔으니 해당 사항 없다는 생각도 들지만...
애매한 표현으로 많은 논란을 일으킨 뒤에 이렇게 부랴부랴 해명하는 모습이 썩 좋아보이지는 않네요. 이러니 탁상행정 논란이 일지요.
이번 서울시 홍보전단의 취지는 좋습니다. 환경을 위해서 최대한 쓰레기 배출을 줄이고 재활용품은 분리배출 하는 게 맞고, 더구나 서울시가 사용하는 수도권매립지 사용기간 연장 문제로 인천, 경기도와 갈등을 겪는 점 등을 고려할 때는 서울시민들이 적극 나서서 쓰레기를 줄여야하죠.
하지만 자세한 설명 없이 '사용한 핸드타월·휴지'가 한 장이라도 들어있으면 무조건 수거를 거부하거나 과태료를 물린다는 듯한 내용의 전단은 혼란을 초래하기에 충분합니다. 저도 꽤 어리둥절했으니까요.
그리고 쓰레기 감량을 위해서는 좀더 다양한 시민 의견을 수렴해서 현실적인 대안을 내놔야합니다. 단순히 수거를 거부하거나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식은 잘 지켜질 지 의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