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저렴한 기계식 키보드보다 멤브레인 게이밍 키보드가 좋은 이유

제가 4년 전에 8만원이 넘는 한성 기계식 키보드(GO187LED)를 2개 구입해서 사용한 적이 있습니다. 평생 멤브레인 방식 키보드만 쓰다가 처음 써보는 기계식키보드는 정말 환상적이었고 중독성마저 생겨서 앞으론 멤브레인 키보드는 못 쓰겠다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근데 안타깝게도 그 키보드는 1년이 약간 지난 시점에 둘 다 고장이 나버려서 무상 AS도 못 받고 그냥 버려야했습니다. 정말 최단 시간에 19만원 정도를 날려버린 셈이죠.(그 후 2만원대에 산 한성 기계식 키보드가 다행이(?) 11개월 후에 고장나서 무상 교환 받았으나 또 1년 안에 고장 남 ㅠㅠ)

 

사실 그 당시까지 키보드는 싫증나서 버리는 물건이지 고장나서 버리는 게 아닌 줄 알았죠. 왜냐면 당시까지만 해도 스스로 고장나서 버린 키보드는 하나도 없었거든요.

 

그런데 나름 고가에 구입한 키보드가 허무하게 고장나버리니 너무 화가 나더군요. 혹시 사설 수리업체에서 고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문의해봐도 돌아오는 답은 부정적이었습니다. 비싼 돈 주고 고쳐도 얼마 못 가서 고장난다는 것이었죠.

 

아마도 그렇게 빨리 고장난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내구성이 떨어지는 체리 "유사 축"때문이었다고 봅니다. 원래 기계식 키보드 축으로 가장 유명한 제품이 바로 "체리"축이고, 제가 그 이후에 구입한 9만원짜리 체리축 키보드는 3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멀쩡하고 처음 구입할 때의 키감도 그대로니까요.

 

요즘은 그 당시보다 유사축이 더 늘어나서 3~4군데 정도에서 나오는데, 가격대도 2~3만원대로 저렴하게 나오는 제품이 많더군요. 근데 대부분 사용기를 보면 1~2년 안에 고장이 났다는 후기가 제일 많아요.

 

물론 이상 없이 오래 쓰는 제품도 있겠지만, 내구성만큼은 "검증된" 멤브레인 키보드에 비해서 불량 발생률이 압도적으로 높은 건 사실인 듯합니다.

 

그래서 세컨드 PC에 새로운 키보드가 필요한 저는 고민했죠. 내구성이 좋으면서 기계식 키보드와 가장 비슷한 느낌이 나는 제품이 뭘까?

 

이리저리 알아보니 소위 "게이밍"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온 멤브레인 키보드가 키 생김새와 타건감이 기계식과 가장 유사하고 수명도 길다는 사실을 알고 냉큼 하나 구입했네요.

 

바로 『앱코(ABKO) HACKER KM400 게이밍 콤보』라는 키보드+마우스 세트 제품입니다. 마우스는 보통 키보드보다 수명이 짧아서 자주 바꾸는 편인데 이왕 사는 김에 함께 구입하면 더 저렴할 것 같아서 구입했네요.

 

 

지금은 다나와에서 가격비교 해보니 제가 구입한 가격보다는 2~3000원 정도 올라있네요. D램을 제외하고는 IT제품 가격이 오르는 사례가 드문데 신기한 현상이네요. 그 만큼 인기가 많아서 그런건지.. ㅎㅎ

 

 

 

어쨌든 올해 5월에 구입해서 지금까지 잘 사용 중인데요. 간단하게 사용상 느낌을 설명하자면,

 

저가형 체리 유사축(카일, 오테뮤 등) 키보드와 느낌이 비슷한 반면, 멤브레인 특성상 타건 소음은 훨씬 적다는 겁니다.(특유의 소음(?)때문에 기계식 키보드를 쓰는 분들에겐 별로겠지만...) 단, 키압은 체리 적축보다는 살짝 높은 느낌인데 아마도 대부분의 유사축과 비슷한 정도라고 봅니다.

 

검색해보면 저 제품 외에도 다양한 디자인과 가격의 멤브레인 게이밍 키보드가 있으니 취향대로 선택하시면 됩니다. 기계식 키보드에 대한 막연한 환상으로 저렴한 제품을 쓰다가 1~2년 만에 고장나서 버리는 것보다는 여러가지로 훨씬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